폴라리스 그룹은 스팩맨 엔터테인먼트그룹(Spackman Entertainment Group) 지분 21.29%를 확보하며 현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 공시상 이번 거래는 장외거래가 아닌 ‘시장 거래(Market Transaction)’ 방식으로 기재됐으며, 총 취득 주식 수는 390만 9427주, 총 취득대금은 350만 4774달러(SGD) 규모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왜 하필 실적 악화에 신음하는 스팩맨이었고, 왜 그 무대가 싱가포르 증시였느냐는 본질적 의문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③편의 핵심은 인수 주체 자체보다, 그 인수가 올라탄 '시장(Market)의 성격'이다. 국내 상장사가 직접 해외 자산 인수나 외화 조달에 나서는 대신, 이미 상장 지위를 갖춘 해외 법인을 활용할 경우 어떤 실무적 이점과 리스크가 발생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핵심 국면이다. 폴라리스오피스 측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아시아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 자본시장의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 SGX 카탈리스트의 의미… 국내 상장사와 다른 ‘구조 설계’의 공간
싱가포르 증시, 특히 성장 기업 중심의 카탈리스트(Catalyst)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금 조달과 지배구조 재편 측면에서 강력한 제도적 유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SGX 규정상 상장사가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주 발행에 대한 '일반위임(General Mandate)'을 사전에 받아두면, 이사회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주주총회를 추가로 거치지 않고 신주나 전환증권(CB 등) 발행을 추진할 수 있다. 조달 구조를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은 적기 자금 수혈이 필수적인 성장 기업이나 신사업 재편을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서 분명한 실무적 장점이다.
물론 이것이 규제의 공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싱가포르 시장 역시 발행 한도와 비비례 발행 비중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신주 발행 가격 할인율에도 규정상 상한선이 존재한다. 즉, SGX의 강점은 무분별한 자유가 아니라 '정해진 룰 안에서 비교적 빠르게 자본 구조를 짜 맞출 수 있다'는 기동성에 있다. 이 차이는 국내 상장사가 까다로운 국내 규제를 넘어 해외 자산 인수나 신사업 편입을 검토할 때 적지 않은 매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국제 투자자 접근성과 다통화 기반 환경은 SGX가 갖는 차별점이다. 국내 상장사가 원화 중심의 자금 조달 구조 안에서 해외 사업을 추진할 경우 환율 변동성과 외환 규제, 국내 투자자층의 한계가 동시에 변수로 작용한다.
반면 싱가포르 시장은 아시아 지역의 국제 자본이 집결하는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자금 조달 창구와 글로벌 투자자 접점의 폭을 넓힐 여지가 크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지분 취득이 아니라, 장기적인 ‘해외 시장 접근권 확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 왜 스팩맨이었나… ‘기업’보다 ‘상장 지위’에 쏠리는 시선
이 대목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스팩맨의 냉혹한 현재 재무 상태다. 스팩맨은 2025 회계연도(FY2025) 기준 매출 122만 4000달러, 당기순손실 1453만 9000달러, 주당순손실 79.17센트를 공시했다. 해당 수치는 심지어 외부 감사인의 감사나 검토를 받지 않은 요약 재무자료 기준으로, 외형에 비해 손실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큰 구조다. 단순 손익 계산서만 놓고 본다면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 회사는 한국 영화 산업의 회복 지연, 프로젝트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 낮은 현금 보유 수준, 미지급 법률·감사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연간 실적 공시와 연례 주주총회(AGM),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출 기한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스팩맨이 단순한 성장 둔화를 넘어 유동성과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상당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왜 하필 스팩맨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주목할 점은 상장사라는 이점으로 귀결된다. 기업의 펀더멘털만 보면 방어가 쉽지 않지만, '상장사라는 플랫폼 지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해석의 결이 달라진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두 가지 시선이 팽팽히 교차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나는 부실화된 껍데기(스팩맨)를 디딤돌 삼아 싱가포르 상장 플랫폼에 안착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재무 여건이 극도로 취약한 해외 상장사에 국내 코스닥 계열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는 점에서 자본 효율성 및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남는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거래의 성패는 스팩맨의 과거 영화 자산이나 현재의 적자 규모보다, 향후 이 상장 플랫폼이 어떤 구조 재편의 앵커(Anchor) 역할을 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돌파구인가, 부담인가… ‘양날의 검’이 된 해외 상장 플랫폼
싱가포르 상장사 확보가 곧바로 보장된 돌파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경을 넘는 투자 특성상 정보 접근성의 격차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상장사의 후속 자금 집행이나 사업 구조 개편을 국내 상장사 투자 때만큼 직관적이고 투명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투자 대상 회사가 이미 유동성 부담을 안고 있다면 신사업 시너지보다 재무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리스크가 먼저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무상태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평이다.
아울러 이번에 확보한 지분 21.29%는 싱가포르 인수합병 규정상 의무공개매수(MGO) 기준선인 30%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 단계에서 전면적인 경영권 인수나 적법한 지배구조 재편을 단정적으로 논하기는 이르다. 다만 이사회에 무시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두보는 마련한 셈이다. 향후 추가 지분 변동이나 이사회 진입, 자금 조달 방식 변경, 사업 목적 조정 등이 이어질 때 이번 투자의 진짜 색깔이 드러날 것이다.
결국 이번 거래의 본질은 “폴라리스오피스가 스팩맨 주식을 샀다”는 결과론적 사실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 자본이 왜 지금, 이 시점에 싱가포르 상장 플랫폼을 필요로 했는가"가 핵심이다. 국내 시장의 한정된 유동성과 규제 틀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자금 조달과 구조 재편, 해외 확장 문제를 외부 플랫폼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라면 이번 사례는 중요한 신호탄이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투자 대상의 재무 건전성 관리와 주주 소통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해외 상장 플랫폼은 돌파구가 아닌 거대한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