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의 무력 충돌이 꼬리를 무는 보복전으로 치달으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양측이 서로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나들며 전면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5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지배권을 내세워 무인기로 민간 선박을 타격한 데 이어, 다음 날 미국이 이란 영토에 폭격을 가하면서 양국 간 종전 양해각서(MOU)는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이달 7일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을 겨냥해 재차 사격을 감행하자, 미군 중부사령부는 철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이란에 폭탄을 투하했다. 이를 전후로 양국의 국지적 교전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비공개로 추진되던 평화 협상이 12일 완전히 결렬되자,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차단을 예고했다. 미국은 이에 반발해 8일 연속 이란을 폭격했고, 이란 또한 중동 전역에 산재한 미군 주둔지를 잇달아 타격하며 보복전에 나섰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지난 17일, 요르단 기지에 주둔 중이던 미군 3명이 전사하거나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휴전 협정 이후 미군 병력이 희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란의 직접 타격에 의한 사망이라는 점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다. 다음 날인 18일 이라크 지역에서도 미군 1명이 이란발 무인기 불발탄을 제거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란 측 사상자 규모가 월등히 크지만, 미군의 인명 손실에 이목이 쏠리는 까닭은 막강한 화력을 지닌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버리고 무력 충돌을 선택할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미 중부사령부는 직전 폭격에 대해 자국 군인들을 위협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즉각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밝히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뉴스네이션 방송에 출연해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죽음에 비통함을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글을 올려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이 미국의 단호한 결의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나라가 끝없는 보복의 굴레에 갇히자,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MOU의 명맥이 완전히 끊겼다고 진단했으며, CNN은 양국 간 휴전 상태가 실질적으로 종료됐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전면전 재발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고 보도했고, NYT와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양측이 대규모 무력 충돌의 문턱에 다다랐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확전에 대비해 중동 내 군용기 배치를 늘리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NYT 또한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의 말을 빌려 영국과 독일에 있던 F-35 및 F-16 전투기들이 이스라엘로 이동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전쟁이 발발한다면, 과거와 달리 타격 목표가 군사 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민간 기반 시설까지 초토화하는 파멸적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가 시험받고 있다며, 이것이 통제 불능의 확전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통신도 양국이 이미 서로 용인할 수 있는 최후의 선을 넘나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확전 양상 속에서 미국은 다리와 해수 담수화 설비 등 이란의 민간 인프라를 이미 공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란 측은 남서부 지역에 건설 중이던 원자력발전소마저 미군의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이번 주 안에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리와 발전소를 모조리 파괴해 대규모 정전과 단수를 유발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 또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동 내 친미 국가들의 담수화 시설을 조준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나아가 자국 지시에 불응하는 민간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현재 이란의 타격권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은 물론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중동 전반으로 확대된 상태다. 더불어 대리 세력인 후티 반군을 동원해 홍해 해상로까지 봉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이 이에 맞서 이란 경제의 심장부인 하르그섬을 무력으로 점거하거나 쿠르드 반군을 지원해 지상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암시대로 호르무즈 해협 주변 섬이나 하르그섬을 탈환하려 한다면, 막강한 해군력과 함께 수만 명 규모의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그간 전면전만큼은 꺼려왔던 양국이 무력행사를 주저하지 않게 된 배경에, 꽉 막힌 종전 협상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외교적 셈법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원유 유통량의 20%를 감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닫힌다면, 글로벌 석유 비축량이 치명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제 유가가 통제 불능 상태로 폭등하는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