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현금흐름 적자 우려에 시간외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월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쏟아지는 빅테크 AI 채권을 두고 철저히 옥석을 가려내는 '선별 투자'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10일(현지시간) 오라클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대규모 추가 자금 조달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주식 및 채권 발행을 통해 새롭게 확보하려는 금액은 총 400억달러(약 60조8000억원) 규모로, 앞서 예고했던 200억달러어치 신주 발행 물량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오라클은 이미 2026회계연도에만 430억달러(약 65조3600억원)의 차입금과 50억달러(약 7조6000억원)의 지분 매각을 통해 막대한 실탄을 끌어모은 상태다. 시장 일각에서는 폭발적인 AI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이토록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이 수익성으로 직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당 회계연도 잉여현금흐름이 237억달러(약 36조200억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확충 소식까지 더해지며, 정규장 마감 후 오라클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2026회계연도 4분기(3~5월) 실적 자체는 월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년 전보다 21% 증가한 191억8000만달러(약 29조1560억원)로 컨센서스(191억달러)를 상회했으며, 조정 주당순이익(EPS) 역시 2.11달러로 전망치(1.96달러)를 웃돌았다. 이를 바탕으로 오라클은 2027회계연도의 매출액 목표치(900억달러·약 136조8000억원)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조정 주당순이익 예상치는 8.0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쏟아져 나오는 빅테크발(發) 채권을 대하는 월가 기관투자자들의 시각도 한층 깐깐해지는 추세다. 블룸버그 통신은 무조건적인 맹신을 거두고 철저한 선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티그룹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오라클을 비롯해 메타, 구글, 엔비디아 등과 연계된 채권들은 모기업의 주가 호조에 힘입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계된 채권 중 만기 일시 상환(비소각) 구조로 발행된 물량은 유동성 경색 우려가 부각되며 외면받는 등 투자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단순한 기업 신용등급에 기대기보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수익 구조나 세부적인 부채 상환 조건 등 개별 리스크를 꼼꼼히 따진 뒤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