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Meta)가 미국 텍사스주(州) 엘파소에 구축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6배 이상 늘어난 100억달러(약 15조원)로 대폭 상향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타는 이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텍사스 엘파소 데이터센터 투자액을 1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전례 없이 폭증하는 AI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고 글로벌 인공지능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15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매머드급 인프라 구축100억달러로 상향된 투자 규모는 지난해 10월 약 120만 평방피트(약 3만4000평) 부지에 첫 삽을 뜰 당시 책정했던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게리 데마시(Gary Demasi) 메타 데이터센터 개발 부사장도 최근 엘파소에서 열린 보더플렉스 연합(Borderplex Alliance) 서밋에 참석해 이 같은 투자 상향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 기준 전력 용량이 1기가와트(GW)에 달한다. 이는 약 7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초대형 규모다. 대규모 인프라 공사인 만큼 지역 경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메타는 완공 후 300명 이상의 상시 근로자를 고용할 예정이며, 건설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에는 현장에만 4,000명 이상의 임시 근로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칩부터 센터까지 풀스택(Full-Stack) AI 생태계 조준메타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단순히 데이터센터 건물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메타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여 개(미국 내 26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또는 개발 중이며, 최근 프로젝트들은 모두 엘파소와 같이 1GW 이상의 초대형 규모를 지향하고 있다.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채울 하드웨어 확보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메타는 올해 자본 지출(CAPEX) 규모가 최대 1,3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초 엔비디아(Nvidia) 및 AMD와 대규모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이 내놓은 신형 데이터센터 프로세서의 첫 번째 고객이 되기로 합의했다. 또한 2023년 처음 공개했던 자체 개발 AI 가속기 'MTIA'의 새로운 버전 4종을 최근 선보이는 등 외부 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인프라 자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클라우드 부재' 약점…뼈 깎는 구조조정으로 AI 재원 마련하지만 메타의 이 같은 막대한 투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에는 우려도 섞여 있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GCP) 등 경쟁 빅테크들이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통해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메타는 이렇다 할 기업 간 거래(B2B)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메타의 과도한 지출은 월가(Wall Street)의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
메타는 다른 사업부의 비용을 줄여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전사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페이스북 글로벌 운영, 채용, 영업은 물론 가상현실(VR) 부문 등 전사적으로 수백 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 중이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 규제 실패 관련 소송 패소 악재까지 겹치면서 메타 주가는 올해 들어 17%가량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물 먹는 하마' 논란…지역 상생으로 정면 돌파한편, 메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환경 파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역 사회 달래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8년 조지아주 데이터센터 건설 당시 인근 지역의 우물이 마르는 등 물 부족 사태를 야기해 거센 주민 반발에 부딪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거를 교훈 삼아, 엘파소 데이터센터에는 물을 재사용하는 '폐쇄 루프(Closed-loop)' 방식의 액체 냉각 시스템이 전면 도입된다. 메타 측은 해당 시설의 물 소비량이 일반적인 골프장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력망에 5,000MW 이상의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고, 수자원 전문 비영리단체 '디그딥(DigDeep)'과 협력해 100여 가구에 처음으로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등 텍사스 내 8개 수자원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