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마련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예금토큰 상용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활용한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거래 테스트의 최종 단계에 돌입했다. 예정대로 시스템 구축과 참여자 모집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9월부터 실제 거래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은의 기관용(도매) CBDC를 토대로 시중은행이 예금토큰을 생성하고, 일반 시민들이 일상적인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실험이다. 2024년 4~6월 실시된 1단계 테스트 당시 8만1000명이 참여해 11만4880건의 예금토큰 결제를 기록하며 시스템 안정성을 점검했다.
2단계는 단순한 시스템 점검을 넘어 실제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주력한다. 1단계에 참여했던 7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 외에 경남은행과 iM뱅크가 추가돼 총 9개 금융사가 함께한다.
이용자 편의 제고를 위해 개인 간 송금(P2P)과 생체인증, 예금토큰 자동 입출금 등 신규 기능도 도입된다. 결제처 역시 한은이 마련한 기존 범위를 벗어나 각 은행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가맹점들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2단계 테스트는 별도의 종료일 없이 무기한 진행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기관용 CBDC 인프라를 제공하면 개별 은행이 예금토큰을 통해 각자의 사업 모델을 펼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상용화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보조금 지급 과정에 예금토큰을 접목하는 실험도 병행된다. 첫 사례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사업이 선정됐다. 그간 일반 은행 계좌로 송금되던 보조금 중 일부가 예금토큰 형태로 지급될 예정이다. 6월 말 신청 사업자들의 서류 심사가 끝났고, 평가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한 사업자들은 전용 전자지갑을 개설해 지원금을 받게 된다.
한은과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 예금토큰의 사전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해 사용처와 기한을 제한함으로써 보조금 횡령이나 부정 수급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국고금 테스트에는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를 예금토큰으로 결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재정경제부와의 조율을 거쳐 올해 안에 시범 운영할 부처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재정경제부는 지난 15일 공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내년에 한은의 기관용 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실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은 측은 "디지털화폐 생태계 안에서 국채가 거래되고 기관용 CBDC로 정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국채 토큰화 사업 역시 넓은 의미에서 프로젝트 한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