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막대한 전력과 컴퓨팅 파워를 소모하는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이 전력 소모와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는 초강수를 두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 걸음 더 앞서가기 시작했다.
21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해수 냉각 기술과 해상 풍력 발전을 결합해 에너지, 수자원, 토지 수요를 혁신적으로 줄인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 기반 수중 데이터센터를 상하이 해안에 공식 개관했다.
이번에 가동을 시작한 ‘상하이 린강 해저 데이터센터’ 시연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하이클라우드(HiCloud) 기술팀과 국영 중국통신건설이 총 2억3800만달러(약 3640억 원)의 자금을 공동 투입해 개발했다.
상하이 해안에서 16km 이상 떨어진 수면 아래 10m 깊이에 24MW 용량의 서버 유닛들을 설치한 이 시설은 인근 해상 풍력 발전소로부터 청정 전력을 다이렉트로 공급받는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실측 자료에 따르면, 이 수중 데이터센터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로만 구동돼 전력 수요가 동일한 규모의 기존 육상 시설에 비해 5분의 1 이상 낮다. 특히 자연 해수에 완전히 잠겨 서버를 냉각하는 방식을 채택해 막대한 담수 자원 부담을 완화했다.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는 시스템 과열을 막기 위해 시설 전체 전력 수요의 25%에서 최대 40%를 서버 주변 냉각수를 돌리는 데만 소모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담수를 증발시켜 환경운동가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유엔 대학 물·환경·보건 연구소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물 사용량이 최대 9조3000억리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해, 혁신적인 냉각 대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였다.
중국 당국은 "전통적인 육상 시설과 비교할 때 이 프로젝트는 95% 이상의 친환경 전력을 사용하도록 설계됐으며, 총 에너지 소비는 22.8%, 수자원과 토지 이용률은 각각 100%와 90% 이상 획기적으로 절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기반 데이터센터의 상당수가 여전히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반면, 중국은 AI 연산 수요 폭증에 맞서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친환경 해양 이식 기술에 적극적인 정책과 자금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8년 스코틀랜드 인근 해상에서 수중 데이터센터 테스트를 먼저 시작했으나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장 동 홍콩 공과대학교 박사는 "개념 입증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섰을지 몰라도, 강력한 시장 수요와 해양 공학 역량, 정부의 정책 지원을 결합해 실질적인 상업용 배포와 비즈니스 프로젝트로 더 빠르게 진화시킨 것은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독주에 맞서 아시아의 다른 기술 강국들도 해양 데이터센터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세계적인 조선소인 삼성중공업이 바다 위에 배를 띄워 AI 컴퓨팅을 수행하는 ‘부유식 데이터센터’ 기술 개발을 공식 선언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선주사인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Capital Clean Energy Carriers)와 새로운 데이터 준비 선박을 최초 설계 단계부터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미국해운국(ABS)과 영국 로이드선급(LR)의 기술 승인을 획득한 50MW 용량의 부유식 데이터센터 모델을 확보한 상태다. 이 선박형 모델은 자체 발전 전력 시스템을 가동하거나 육지 본토의 외부 전원을 끌어와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으며, 현재 상업적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실제 프로토타입(시제품) 제작에 돌입했다.
일본 역시 전력 전문기업 히타치와 해운선사 '미쓰이 O.S.K. 라인스(MOL)'가 자립형 AI 데이터센터를 탑재할 부유식 시스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전격 체결했다.
거대한 선박을 처음부터 새로 짓는 삼성중공업의 방식과 달리, 일본 진영은 기존 중고 선박을 리모델링해 내부에 데이터센터 시설을 채워 넣는 업사이클링 방식을 취했다. 이들 역시 넓은 바닷물과의 접근성을 극대화해 인류의 소중한 담수 자원 소모를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