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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

EU, 무역장벽 높인다…'산업 가속화 법안' 발표

윤영훈 기자

입력 2026.03.0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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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GDP 비중 20% 목표…FTA국 원산지 인정에도 전기차 보조금 등 산 넘어 산

사진=Gemini

유럽연합(EU)이 역내 제조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세웠다.

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자동차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전략 산업군과 풍력터빈 같은 친환경 분야의 공공 조달 및 보조금 수령 시 '역내 제조' 요건을 의무화하는 산업 가속화 법안(IAA)을 발표했다.

이번 법안의 핵심 목표는 현재 14% 수준인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자동차 산업에서 우려되는 60만개 일자리 감소를 막고, 여타 산업군에서 15만개의 고용을 유지하거나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전체 경제의 약 14%를 차지하는 공공조달 시장에 재정을 풀어 침체된 제조업을 부양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 기자회견을 통해 "21세기에 부합하는 경제 원칙 재정립의 중대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과 불공정 경쟁 속에서 납세자의 돈을 유럽 내 생산에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대외 의존도를 낮춰 경제안보와 주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마련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메이드 인 유럽'의 인정 범위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당초 프랑스는 인정 범위를 EU 27개 회원국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단일시장 회원국으로 좁혀야 한다고 고수했으나, 교역 상대국의 보복을 우려한 독일 등의 반대로 영국 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까지 확장됐다. EU 집행부는 상호주의에 따라 FTA 체결국이나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국 중 시장 접근을 보장하는 국가를 EU산과 동등하게 대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등은 최악의 규제 상황은 피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세부 각론에는 높은 무역 장벽이 여전하다. 기업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EU산 부품 최소 기준을 맞춰야 하며, 특히 전기차 제조업체는 부품의 70% 이상을 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제도 신설됐다. 글로벌 생산 능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가 1억유로(약 1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EU 노동자 비율 50% 이상, 외국인 지분 49% 이하 제한, 기술 이전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이는 사실상 단순 조립에 그치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한국무역협회는 FTA 체결국이 원산지 조건에 포함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전기차 조립 요건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여종욱 무역협회 유럽중동아프리카 본부장은 "한국은 생산지와 무관하게 보조금을 주는데 EU가 역내 생산을 조건으로 건 것은 상호주의 위배"라며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전했다.

IAA는 회원국과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야 정식 발효되므로 이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윤영훈 기자 jihyunengen@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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