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5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자"고 뜻을 모았다.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글로벌 안보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만난 세계 2·3위 경제대국 정상은 협력 확대를 통한 관계 재설정에 방점을 찍었다.
로이터·AP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독일 도이치벨레(DW)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국과 독일은 각각 세계 2·3위 경제대국으로, 양국 관계는 양자 차원을 넘어 유럽과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세계가 혼란하고 복잡해질수록 전략적 소통과 상호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특히 "독일이 중국의 발전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대중 정책을 시행해 양국 관계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은 유럽의 자립과 자강을 지지한다"며 중·유럽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도 언급했다.
메르츠 총리도 화답했다.
그는 "양국 관계는 큰 기회"라며 "도전 과제가 존재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협력의 틀은 매우 잘 작동해 왔다. 공통점을 강조하고 직면한 과제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따른다"며 "상호 존중과 개방 협력을 기반으로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심화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설명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고 중국 측은 전했다. 회담 이후 시 주석은 만찬을 열어 메르츠 총리를 환대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 전환, 동물질병 예방, 가금류 제품, 스포츠(축구·탁구) 등 분야에서 총 5건의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메르츠 총리는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 지도부가 에어버스 항공기를 대규모로 추가 주문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며 "최대 120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종과 구체적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경제 협력 확대 의지를 밝히면서도 독일의 대중 무역적자가 2020년 이후 4배로 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건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무역적자를 줄일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협력의 공정성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의 과잉생산, 보조금 정책, 위안화 저평가 등을 둘러싼 유럽의 오랜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메르츠 총리는 양국 비즈니스 행사에서 "중국이 독일에 투자하길 바란다"며 상호 투자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석 달 사이 중국을 찾은 네 번째 주요 7개국(G7) 정상이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잇따라 방중했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서방 주요국들이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르츠 총리의 이번 방문은 취임 후 첫 방중으로, 독일 총리의 공식 방중은 올라프 숄츠 전 총리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이번 일정에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비롯해 지멘스, 아디다스, DHL, 바이엘, 코메르츠방크 등 주요 기업 대표 약 30명이 동행했다.
메르츠 총리는 방중을 앞두고 대중 전략과 관련해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급망 취약성을 완화하면서도 독일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성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양국은 긴밀한 경제 관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희토류 등 핵심 광물 통제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복합적인 갈등 요인을 관리하면서 전략적 협력을 재정립하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