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자원인 연산력을 국가 전력망처럼 통합 관리하는 '컴퓨팅 파워 네트워크(算力网, 산력망)'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제재에 맞서 분산된 레거시 및 국산 칩을 하나로 묶는 이른바 '연산력 유틸리티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전국의 데이터센터를 초고속망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 병목현상을 해결할 한국산 차세대 메모리(CXL) 및 고용량 D램, 엔터프라이즈 SSD(eSSD)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을 전기나 수도처럼 손쉽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국가 단위의 '컴퓨팅 파워 네트워크' 시대를 예고했다.
17일 중국 금융전문 매체 화얼제젠(Wallstreetcn)에 따르면 중국은 전국 각지에 분산된 데이터센터(IDC)와 슈퍼컴퓨팅센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연산 자원을 통합 배분하는 인프라 구조인 '컴퓨팅 파워 네트워크(算力网)'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사용자는 고가의 GPU 서버를 직접 구매해 구축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 네트워크상에서 직접 컴퓨팅 자원을 구매하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된다. 매체는 향후 '연산력 쿠폰'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거나 물, 전기, 데이터 요금제처럼 일반 기업들이 컴퓨팅 자원을 손쉽게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인프라 전략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최첨단 AI 칩 수급이 제한되자, 단일 하드웨어의 성능 고도화 대신 중저가 및 국산 AI 칩을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거대한 하나의 가상 슈퍼컴퓨터로 구동하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중국이 추진해 온 '동수서산(东数西算, 동부의 데이터를 서부에서 연산한다)'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상용화 및 비즈니스 모델(종량제 요금제)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다각도로 분석된다. 우선 중국 정부가 보조금과 국가 기간망을 통해 연산 단가를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중국계 AI 클라우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남아, 중동 등 신흥 시장 확장을 노리는 국내 클라우드(CSP) 및 AI 솔루션 기업들에게 단기적인 타격이나 가격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의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유기적으로 결합해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전송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제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CXL) 및 서버용 고용량 D램, 엔터프라이즈 SSD(eSSD)의 대중국 수출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중국이 연산력을 공공재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가 미국 주도의 빅테크 진영과 중국 주도의 국가 연산망 진영으로 완전한 '망 분리(Decoupling)'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