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년 만에 마주 앉아 무역 갈등, 대만 무기 판매, 중동 지정학 위기 등 글로벌 핵심 쟁점을 두고 ‘세기의 담판’에 돌입한다.
14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열린다. 2박 3일 일정의 국빈 방문을 위해 전날 야간 베이징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식 환영 행사를 마친 뒤 곧바로 본회담에 들어간다.
양국 정상은 회담 종료 후 과거 황실 제례 장소였던 베이징 톈탄(天壇) 공원을 함께 둘러보며, 야간에는 국빈 만찬 일정을 소화한다. 두 정상의 대면은 작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반년 만이며, 베이징에서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였던 2017년 이래 9년 만이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 장벽과 무역 분쟁은 물론 이란 정세, 대만 문제, 첨단기술 통제 등 양국 간 주요 쟁점들이 폭넓게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두 나라는 보복 관세와 수출 통제 조치를 주고받던 갈등을 뒤로하고 일시적 '휴전' 상태에 들어가 있다.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측 모두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타협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대두·쇠고기·보잉 항공기 수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미 전략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시진핑 주석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도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긴장 상황이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시진핑 주석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간 중동 지역 평화 중재자를 자임해 온 중국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반면 대만 문제는 미중 양측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최대 쟁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 방문에 앞서 대만에 대한 미국산 무기 판매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중국은 이를 '핵심 이익 침해' 행위로 규정하며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안전 가이드라인 구축, 첨단기술 규범, 기후변화 대응 등 초국가적 의제의 채택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반중 성향 언론인 지미 라이 구금 문제도 거론할 방침이지만,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이라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양국 정상이 배석자를 최소화한 차담회와 오찬을 통해 심층 대화를 이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일정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현지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동이 미국 중심의 단극 패권 구도에서 미중 양강 체제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전략적 공조의 폭을 넓힐 경우 아시아에서 중국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외교 노선에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융녠 홍콩중문대학 선전캠퍼스 공공정책학원 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가 중대 변곡점을 맞이했다"며 "미국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베이징 방문을 과거 미중 데탕트의 신호탄이었던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에 빗대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